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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나무]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저|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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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번호 G00000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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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명 걷는나무
발행일 2010년 04월 23일
페이지/규격 335 쪽|148/210mm
ISBN 978890110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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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 책은 한 개인이 도시라는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저자는 여행자의 눈으로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혼자 밥 먹기, 택배 받기, 출근하기, 편의점 가기 등 바쁜 도시인들의 마흔 여섯 가지 일상 속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그 속에는 익명의 공간에서 시치미를 떼며 살아가지만 어느새 좌절과 고달픔에 더 익숙해진 도시 사람들의 외로움이 드러나 있다.

저자 : 정희재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1996년 이래 서울에서 살고 있다. 본인은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의 말씨와 억양을 고루 익혀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나, 정작 토박이들에겐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촌사람과 도시인, 여행자와 일상인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은행에 근무하다 그만두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문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책을 만들었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했다. 곁방살이 같은 도시살이에 지쳐 여행을 떠나,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횡단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갔다. 그동안 ‘치열한 자기 고백적 글쓰기로 삶의 보편적인 가치와 사유를 이끌어내는 융숭 깊고 빼어난 산문’이란 평을 듣는 책들을 발표해 왔다.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당신의 행운을 빕니다』『세계를 사로잡은 지혜의 나라 티베트 이야기』를 썼으며, 티베트 승려 팔덴 갸초의 자서전 『가둘 수 없는 영혼』을 우리말로 옮겼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노는 것을 즐겨 최근에는 『칫솔맨, 도와줘요!』, 『과자마녀를 조심해!』 등의 그림책을 쓰기도 했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네티즌, 독자들과 소통하는 한편 오늘도 도시 곳곳을 누비며 호기심과 열정, 마음의 평화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작가의 말

1. 혼자 밥 먹기 |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2. 택배 받기 | 내가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3. 면접 보기 | 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
4. 호의 받아들이기 |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5. 일하기 | 일에 관한 지극히 소박한 진실
6. 나를 받아들이기 | 핑계 찾아 삼만리
7. 나직이 읊조리기 |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
8. 도시에서 사랑하기 | 천국에서 미리 가불한 시간
9. 감사하기 | 사랑하는 힘을 일깨우는 마법
10. 도시 산책 1 | 밤이 더 어두웠으면 좋겠어요
11. 명절 보내기 | 고향과 타향 사이
12. 타인 이해하기 |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13. 내 집 마련하기 | 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14. 공항 가기 | 여행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
15. 인생 배우기 | 엄마가 말했다
16. 우정 쌓기 |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그들
17. 이사하기 | 도시에서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
18. 버스 음악 듣기 | 뽕짝이 가슴에 와 닿던 날
19. 거짓말하기 | 사랑할 때 하는 찬란한 거짓말들
20. 도시 산책 2 | 이방인에게는 낯선, 너무나 낯선 풍경들
21. 장보기 | 사람을 홀리는 마트에서 생각하다
22. 대화 나누기 |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듣는다면
23. 더불어 살기 | 그해 겨울이 내게 일깨워 준 것
24. 살림 장만하기 | 우리를 목마르게 하는 것들
25. 광장에서 생각하기 |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26. 행복해지기 | 하루 벌어 하루 살기
27. 재테크하기 | 불안이 앞세우는 변명들
28. 편의점 가기 | 24시간 내내 깨어 있는 문명
29. 서로 매혹되기 | 사랑의 호황기와 불황기에 대하여
30. 도시 산책 3 | 나무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31. 고향 떠나기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사
32. 전화하기 | 도시에서 손전화 없이 사는 살아보기
33. 자기 소개하기 | 인간이 명함을 만든 이유
34. 부탁과 거절하기 |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35. 중독되기 |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지는 걸까
36. 쉬어가기 | 없으면 탈 나는 두 가지
37. 터미널에서 서성이기 |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38. 롯데월드 가기 | 내 마음속 청춘의 랜드마크
39. 느끼기 | 한 순간의 느낌에 속지 않기를
40. 도시 산책 4 | 굳이 여행을 떠나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41. 느리게 걷기 | 내가 사랑했던 그곳에 대하여
42. 춤추기 |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
43. 정리하기 | 묘비명을 짓는 시간
44. 출근하기 | 아침마다 찍는 영화 한 편
45. 마음 알아차리기 | 나는 오늘 몇 개의 콩을 옮겼는가
46. 나누기 | 진정한 이기주의자로 살 수 있기를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난 날로 돌아가 식당에 혼자 있는 나를 한 번쯤 안아 주고 싶다. 아이야, 좀 더 견디렴. 견뎌서 어서 내게로 오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에겐 아직도 홀로 견뎌야 하는 가정식 백반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세월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는 뭔가를 간직한다면 너는 그 자체로 빛날 거야.
-‘혼자 밥 먹기-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중에서

이제는 면접장에 들어설 기회가 드문 나이에 이르렀지만, 꽃피는 나무와 마주서거나, 몸을 부풀렸다 사라지는 구름장을 보거나, 누구나 만나서 한 끼의 식사를 나누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발을 좁혀 설 때 나는 좀 더 확장된 면접장에 들어선 것임을 안다. 일상의 면접관들이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이 아닐까.
-‘면접 보기-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 중에서

그날 밤 버스 안에서 만난 남자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몸을 얹고 살아가지 않으면 세상이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믿게 됐는지도.
남자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처 받지 않을 만큼 믿음의 면적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호의 받아들이기-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중에서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린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모두 열어젖힌다. 사랑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던 순간, 우린 이미 천국을 맛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천국에서 보낼 날들 가운데 얼마의 시간을 먼저 쓴 것일까.
-‘도시에서 사랑하기-천국에서 미리 가불한 시간’ 중에서

전 인류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부모와 평화롭게 지내는 데는 서투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광장에서 생각하기-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살면서 가끔 이런저런 일에 지칠 때 뜬금없이 그 애가 생각날 때가 있어. 서로 뻔한 처지였는데 말 한 마디 나눠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나봐. ……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종종 그런 게 죄가 아닐까 싶어.”
서로의 불모, 불구를 인식하고도 모른 척 지나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다 서로 어긋나서 생긴 부서질 것 같은 고통만이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일 없이 헤어졌다는 것, 그림자 끝자락도 겹쳐 본 일이 없다는 것, 그 역시 비할 데 없는 막막함이다.
-‘명절 보내기-고향과 타향 사이’ 중에서

이 도시에는 너처럼 약하고 여린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아. 개발을 명목으로 강제 철거 당하는 사람들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분노하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행상하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할머니나 어린 소녀들이 나눠 주는 전단지를 뿌리치지 않고 받아 주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도시에 생가기 돌지. 따스한 사람들 덕분에 이 도시가 그나마 살 만한 거지.
-‘도시 산책 3-나무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한곳에 머물기엔 감수성이 너무 예민하고, 떠나기엔 용기가 부족한 사람, 스스로 그런 범주의 사람이 된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질 때면 공항으로 간다.
-‘공항 가기-여행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 중에서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또 뽕짝이 흘러 나왔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무심하게 귀를 빌려 주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지. 갑자기 뱃속 깊은 곳에서 더운 덩어리가 꿈틀댔다. 그러게, 그 배는 어디로 갔을까. 가사를 음미하노라니 설움이랄까 아픔 같은 것이 왈칵 몰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버스 음악 듣기-뽕짝이 가슴에 와 닿던 날’ 중에서

돌아보니 그랬다. 어렸을 때는 어딜 가나 내가 있는 곳이 곧 나의 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내 집이 필요한, 그 집 한 칸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내 집 마련하기-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중에서

누군가 받기를 바라며 사막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십중팔구 아무도 받지 않으리란 걸 안다.
그런데도 번호를 누른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자신이 있는 동네나 도시의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얘기를 털어놓고 싶었을까. 사막에 울려 퍼지는 벨소리를 상상하며 자기 내면의 사막에도 누군가 접속해 주길 바랐던 것일까.
-‘전화하기-도시에서 손전화 없이 사는 살아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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